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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나 - Let's be new

<컨테이젼>과 코로나 시대의 군상들

본 글은 알레프 1호 <Let's be new>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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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출장을 떠난 한 다국적 기업의 간부급 여성이 집에 돌아온 뒤 발작을 일으킨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곧 사망하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남편은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자신의 아들마저 숨진 것을 목격하며 절망과 나락에 빠진다. 고열과 기침이 나면서 감기 기운인 줄 알았던 그 병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치사율과 전염성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한 이 질병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다. WHO와 CDC는 지역사회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질병의 시발점을 찾기 위해 사람을 파견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급격하게 퍼지고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낳는다.

 

위 줄거리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의 초반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 박쥐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격리된 생활, 백신 개발 등의 내용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것들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접하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1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도 61만 명에 달했다. (20년 7월 말 기준, 잠정 치사율 4.15%)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방역 중 (사진출처 : 연합뉴스)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은 많은 방면에서 변했다. 아니 변해야만 했다. ‘격리’와 ‘거리두기’라는 말이 일상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낀다. 마스크 없이는 회사/학교/영화관 등을 모두 출입할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재난지원금’이라는 보편적 복지(지역 / 세대구성에 따라 다르지만)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바이러스 유행이 ‘판데믹(Pandemic : 대유행)’으로 바뀌면서는 현 사태가 장기화 됐다. 무제한 적인 거리두기를 자율적으로 하기 힘든 탓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낀 채 다시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집단은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매스미디어에 노출이 되면서 사람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니까,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보건에 기초한 행정적인 사회 시스템 변화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사회/문화적인 파장까지 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이번 호의 주제 <Let’s be new>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New Normal’의 시대를 직접 겪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어떻게 변했을 까. 그 변화 과정을 놀랍도록 잘 담아낸 영화 <컨테이젼>을 접했고, 그 속에 담긴 사건들과 인간 군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반인들의 세계

 

여기서 일반인이란 질병 관련(병원/보건소) 및 행정부처(WHO/CDC)에서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질병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다. 알려지지 않은 병은 말 그대로 내가 왜 그 병에 걸렸는지, 이 병으로 내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저게 얼마나 무서울까, 라던지 공포영화를 보며 느끼는 공포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이 병을 아무도 모르고 약도 없는 상태라면 거기서 오는 두려움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두려운 건 감염자 자기 자신이지만, 그 공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 후 검시되는 베스

영화 초반 베스(기네스 펠트로 扮)는 홍콩 출장 뒤에 사망에 이르게 되고, 뒤이어 그녀의 아들도 죽는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토마스(맷 데이먼 扮)의 심정은 처참하다. 가족을 연달아 두 명이나 잃은 슬픔이 지나쳐가기에도 잠시, 첫 사망자의 밀적 접촉자로 그 즉시 병원에 격리된다. 이제 그를 대하는 병원 관계자들은 그의 증상을 만나러 들어가는 길에 온갖 방어장치를 착용한다. 장갑과 마스크는 기본이고,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의 오염에 대비하여 가끔 TV에나 나올법한 방역복을 입는다. 엄마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딸과도 두꺼운 유리 사이로 서로를 바라보며 교도소처럼 수화기를 이용한 대화만 허락된다. 다행히도 토마스는 면역자로 판명돼 병원을 나온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 면역자는 소수일 수 밖에 없으며, 그에게 닥치는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껴야 하고, 사람들끼리는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토마스는 이 같은 사실을 거의 결벽증처럼 지키는데, 이 때문에 딸의 남자 친구가 아내의 조문을 위해 꽃을 사 왔을 때에도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마음만 받겠다며 돌려보내고(거의 경고처럼 보였지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딸에게도 자신은 또다시 자식을 잃고 싶지 않다며 외출을 금지시킨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도시의 사람들은 식량이 떨어지고, 주 정부에서도 봉쇄령이 내려진다. 토마스는 딸과 도시를 탈출하려 하지만 총을 든 군인에게 제지당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 이후의 도시의 분위기는 멸망 직전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제 돈을 내지 않고 상점과 마트를 약탈하고, 심지어는 서로의 집에 침입해 주인을 쏴 죽이고 그곳에 있는 식량을 훔친다. 거리에서는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를 감염병 때문에 점점 피폐해져 간다.

 

봉쇄된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 토마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스탠스를 취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기자’라고 칭하는 블로거 앨런(주드 로 扮)인데, 그는 우연히 사건 초반 바이러스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다 죽은 사람의 영상을 입수하게 된다. 그 길로 언론사를 찾아가 자신의 영상을 팔려고 하지만, 보수적인 시각과 그 영상을 대가 없이 얻으려는 언론사 측의 태도에 실망한다. 그리고 그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는데, 감염학 권위자인 교수의 뒤를 몰래 쫓으며 도청을 하고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어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상과 정보(대부분 가짜 뉴스)를 풀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나리의 성분으로 만든 약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며, CDC와 거대 제약회사들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늦추거나 비리가 있다고 떠벌린다. 결국 그는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된 후 기소되지만, 그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번 돈으로 자신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형을 모면한다. 그가 허위로 퍼뜨린 정보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혼동과 희생을 생각해본다면, 21세기처럼 정보의 이동이 빠르고 누구나 개인 채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이 구조가 위기상황에서 잘못된 사람에 의해 쓰이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가짜뉴스 전단지를 뿌리고 있는 앨런

 

#전문가들의 세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질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곧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도 속속들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파악되자, CDC(미 질병통제센터)의 센터장 엘리스 치버(로렌스 피시번 扮)은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베스가 살고 있던 시카고에 역학조사관 에린 미어스(케이트 윈슬렛 扮)를 파견하고 대내외적으로의 상황을 통제하고 판단한다. CDC 내부에서는 사람들의 몸으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를 분석한다. 결국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안에 ‘박쥐’와 ‘돼지’와 연관 있는 인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백신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연구를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배양해야 하는데, 숙주로 쓴 동물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사람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인 이안 서스먼 박사에 의해 배양을 성공하고, 그는 제약회사가 아닌 CDC에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전달한다.

 

한편, 시카고로 파견된 에린은 베스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며 바이러스의 근원을 파악하고, 사람들을 위협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베스와 접촉한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고 버스에 탔을 때 ‘바로 내린 뒤에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며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격리하는 한 편, 대유행이 오기 전 적절한 의료시설을 갖추기 위해 체육관을 격리시설로 지정한다. 밤낮없이 일하던 그녀는 치버센터장의 ‘좀 쉬면서 일하라. 언제든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말해라.’라는 전화도 받지만 자신의 직업적 사명을 다하다가 결국 감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지정한 격리시설의 침상에 눕는다.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있음에도 옆의 환자가 춥다는 소리에 자신의 이불을 건네어준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죽지 않길 원하지만, 바로 그다음 장면에서 에린이 담긴 시체 봉투가 흙에 묻히며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미어스와 바이러스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는 치버

또다른 한편, WHO(세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라고 의심되는 홍콩에 소속 과학자 일러 노어 오랑테스(마리옹 코티아르 扮)를 보내 조사를 한다. 그녀는 홍콩에서 베스가 다닌 음식점과 카지노 등을 돌며 CCTV를 입수하고 현지 동료들과 사건을 조사한다. 모든 결과가 바이러스의 시발점이 ‘홍콩’ 임을 가리킬 때 갑자기 홍콩인 동료에게 납치되는데, 그들은 자신의 고향에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백신을 받기 위해 그녀를 납치한 것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그녀는 낙담하지만, 영화 뒷부분, 그녀는 수개월 동안 자신이 억류된 마을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친해진 모습이다. 후에 그녀는 WHO 측으로 보이는 곳에서 가져온 백신 100개와 교환되지만 떠나기 전 그 백신이 가짜란 것을 알게 된 후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영화에서는 결국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바이러스의 확산도 줄어든다. 다만, 백신의 생산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백신 공급의 우선권을 생년월일로 추첨하여 그 날에 태어난 사람부터 공급한다.

 

홍콩에 도착해 질병의 근원지를 탐색하는 오랑테스와 홍콩경찰

 

 

#나의 세계

 

그리고 여기 내가 있다. 영화에서는 백신이 개발됐고,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완치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바이러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명을 가지고 사안을 판단해야 할 WHO의 수장은 바이러스 사태를 방관하다가 지금까지 끌고 왔다. 바이러스가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올해 초 겨울, 나는 바이러스가 5월쯤이면 종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일일 감염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한 순간마다 사건이 터졌고 그때마다 다시 마스크를 꺼내야했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터라 미술관과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일들을 포기해야 했다.

 

4월에는 주말에 맞추어 관람을 예약했던 미술관은 거리두기 제한이 올라가며 다시 폐쇄됐고, 7월에 가려고 했던 박물관도 확진자가 나와 방문 하루 전날 출입을 통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이 주 전쯤엔 예매했던 연극도 취소되어 집에서 조용히 주말을 보냈다. 개인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올해 봄, 바이러스를 뚫고 동생은 취업을 했다. 엄마의 환갑과 동생의 취업을 예상하고, 추석 즈음에 온 가족이 다같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산산조각 났다. 회사 동기들과도 겨울에 휴양지를 가자고 했지만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짦게는 내년 중순, 길게는 내후년까지도 이어진다고 했으니, 당분간 비행기를 통한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나도 한편으로는 코로나 확산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이미 잡힌 몇몇 약속의 경우 취소하지 않고 나갔다. 물론 마스크를 끼고 소독도 잘 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은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나 유튜브 채널에서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영상을 보면 내 이기심 때문에 이 사태가 아직 끝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 거리두기와 감염확산에 대한 시뮬레이션 관련 읽을거리/볼거리
워싱턴 포스트 기사 :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20/world/corona-simulator/
유튜브‘3blue1borwn’채널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gxAaO2rsdIs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후 홍대 거리 (사진출처 : 한겨례)

 

다른 측면에서, 코로나 19는 사회적인 변화도 가져왔다. 지인들 몇 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회사에 나갈 필요도 없어서 너무 좋고 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역시나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하루 종일 일이 끝나지 않는 것 같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었다. 제조업의 개발자로 일하는 나로서는 재택근무는 거리두기 3단계가 되어도 ‘필수 인력’이라 출근을 할 수밖에 없어 소원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점점 A.I가 사람을 대체하고 현장에서도 사람의 손이 가는 일이 줄어든다면 미래에는 정말로 모두가 집에서 근무를 하고 공장은 100%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염려하고 짜증을 느낀 것은 사회의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몰상식한 행동들이었다. 대구에서 많은 확진자를 나오게 한 신천지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전국을 팬데믹 상황에 빠뜨릴지도 모르는 사랑 제일교회 사건은 정말로 화가 났다. 저번 달 말만 해도 다시 감염자 수가 하루에 한 자리가 되고 곧 종식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해외에 나가는 것은 부담이 되겠지만, 다시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 주 만에 나의 행복회로는 불타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감염 상황은 타국에 비해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띤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인 트럼프가 앞서서 트위터에 엉뚱한 약물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고, 마스크 착용이 효력이 없다는 둥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유럽에서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마스크도 끼지 않고 공원을 나가 산책하고 펍에 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앞선 사례들과는 달리 감염에 대한 통제가 잘 이루어졌다. 각 지자체에서는 감염자가 나올 경우 바로 문자를 넣어주며 동선을 알려주었다. 만약 동선이 겹치거나 밀접 접촉자로 판단이 되면 격리 조치 및 검사를 진행했다. 그래서 초기 감염자 수는 많았지만 점차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에는 ‘덕분에 캠페인’에 해당되는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의 노고도 있었지만 국민들 개개인의 힘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고, 사람들도 지자체와 정부의 가이드를 따랐던 덕분이 아닐까.

 

집회에서 연설중인 사랑제일교회 전광문 목사 (사진출처 : 한겨례)

 

하지만 사랑제일교회의 케이스를 보면 다분한 미필적 고의가 있지는 않을까 까지 의심이 된다. 바이러스 기간 동안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수많은 뉴스들을 쏟아냈다. 타국에서 ‘드라이빙 검사’와 같은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때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한 편, 무차별적인 중국인 혐오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혐오는 위기에 상황에서 사람들의 목숨과 두려움을 담보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적인 비난을 하면서 지금의 현상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했다.

 

종교도 여기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방역이 중요한 때에 종교적인 이유를 앞세워서 대면 예배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던지, 사랑제일교회의 경우처럼 반정부 시위를 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을 동원하고, 방역지침까지 어기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들은 바이러스가 잠식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더더욱 창궐해서 그 모든 탓을 정부로 돌리고 싶은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극우 유튜버는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자신들의 추종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백악관에서 연설중인 트럼프 (사진출처 : 한겨례)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봤던 것은 주드 로가 연기한 블로거 역할이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1인 콘텐츠가 활성화된 이런 시대에, 그 1인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그 뒤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 그 1인이 우리나라는 다행히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에 다행을 느끼지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무조건 적인 자유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고 다른 이에게도 상상도 못 할 피해를 전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우리는 익숙하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을 점검하고 좀 더 성숙한 인식을 가진 쪽으로 사회를 움직여야 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