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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나 - Let's be new

[대담]Let's Be New! 에디터들이 골라본 영화는?

본 글은 알레프 1호 <Let's be new>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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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Be New로 골라온 영화들

 

혁진: 안녕하세요.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혁진입니다. 오늘은 Let's Be New라는 웹진 주제에 맞춰서 에디터 여러분들께서 각자 영화 1편씩을 가져오셨는데요. 대담의 방식은 자신이 고른 영화가 좋은 이유, 웹진과 함께 꼭 봐야하는 이유를 서로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대담 종료 후에 투표를 통해 1편의 영화를 선정할 예정이고요. 1등에게는 웹진의 다음 주제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립니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골라온 이유 먼저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벼리님부터 시작해볼까요.

 

벼리: 제가 골라온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입니다. 한 마디로 소개하면 2차세계대전 당시에 바스터즈라는 특수 비밀부대가 나치 세력을 심판해가다가 끝내 히틀러를 죽이는 영화입니다. 히틀러는 역사적으로는 종전을 앞두고 자살을 했죠. 허구를 담은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혁진: 그러면 약간 상상력이 들어간 것이잖아요?

 

벼리: . 역사를 뒤집어서 새롭게 만든 것이죠. 이것을 주제와 관련해서 이어가볼게요. 우리 주제가 Let's Be New인데, 이를 번역하면 새로워지자. 따져보면 정언명령이죠.

 

혁진: 정언명령이 뭐죠?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벼리: 조건 없이 따라야 하는 명령입니다. ~~한 경우네는 ~~해야한다가 아니라. 무조건이요.

 

혁진: 코로나 시국에는 마스크를 써야한다. 같은 것일까요?

 

벼리: 아뇨. 그 말에는 코로나라는 조건이 들어가잖아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것들, 이를테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같은 것이요. 저는 나름대로 재정의를 하면 정언명령은 주저하지 않고 앞뒤 따지지 않고 행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앞뒤 재지 않고 히틀러를 죽여버리는 면에서 정언명령으로 보았어요. Let's Be New 뉘앙스에 가장 잘 맞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혁진: 네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혜정님 가져온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혜정: <조조 래빗>이라는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영화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작품이고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이고 <바스터즈>와 마찬가지로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선정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였어요. Let's Be New가 새로워지자 라는 의미로 보았을 때, 새로워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영화를 보고 뽕(?)에 취한 것처럼 '나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되었는데요. 그런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 훌륭한 영화여서 주제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혁진: 공교롭게도 두 분이 히틀러 영화를 가져오셨네요.

 

벼리: 저는 히틀러를 귀엽게 다룬다는 점에서 <조조 래빗>이 괜찮나 싶습니다.

 

혜정: 그게 매력포인트에요!

 

벼리: 히틀러를 온정이 있는, 아버지같은 것으로 표현한...

 

동석: 웃긴 모습으로 표현했죠.

 

혁진: 시작부터 견제가 엄청나네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나 피드백은 간단한 영화 소개가 끝나고 집요하게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동석님 말씀해주세요.

 

동석: 제가 가져온 영화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이하 카메라)>입니다. 간단하게 소개드리면, 허접한 B급 좀비물인줄 알았는데 명작이더라고요. 평소에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어서 골라왔습니다. 저는 이번호의 주제와 연관하여서 요즘 코로나에 꽂혀있어요. 코로나가 바이러스니까 관련한 영화로 맞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에 보게 되었어요.

 

혁진: 한 줄 요약을 하면 동석은 바이러스에 꽂혀있다. 바이러스에 찬성한다.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동석: 뭐라고요?

 

벼리: ! 인간이 너무 많다. 이거군요.

 

혁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여야 한다 이 말이군요. 거의 독재자네요. 네 농담입니다.

 

동석: . 그렇게도 이어지는군요.

 

혁진: 저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이하 립반)>를 가져왔습니다. 고른 이유는 쿠로키 하루 배우님이 나오기 때문이고요.

 

혜정: 너무 사심이 가득한 거 아닌가요?(웃음)

 

동석: 쿠로키 하루가 무려 3시간이나 나오잖아요!

 

벼리: 맞아요. 너무 사심이 담겨있어요! 주제를 이용해서 사심을 채우고 있잖아요!

 

혁진: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주제와 너무나도 적합한 이야기입니다! Let's Be New라는 주제 잖아요. 제가 요즘 고민을 하는 게 하나 있어요.어느날 갑자기 지금의 일상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내가 당연히 내것이라고 생각해오던 일상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을 때 그 좌절의 순간에서 어떻게 나는 움직일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립반>에서도 주인공이 한 순간에 인생이 무너지는 계기가 있잖아요. 그 시기를 딛고 어떻게 다시 살아가지?를 고민할 수 있는 영화라서 가져왔습니다. 사심은 조금 있습니다.

 

벼리: 맨 처음에 사심부터 언급해서 진정성이 떨어지네요.

 

혁진: 네 그렇게 되었네요.

 


 

# 사전 선호도 조사

 

혁진: 어쨌든 각자가 영화를 소개했고요. 이 영화를 서로 보고 왔잖아요. 한번 사전 선호도 조사처럼 내가 고른 영화말고 어떤 것을 재미있게 보았는지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동석님부터 해볼까요?

 

동석: 저는 <바스터즈>.

 

 

벼리: 그렇죠. 이 영화의 완벽성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어요(의기양양). 이 영화는 정말...

 

동석: (말 끊고) 제가 좋아했던 부분은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였어요. 독일 장교로 나와서 유대인 사냥을 하는데... 프랑스어, 독일어 같은 다양한 언어로 연기하는 부분도 나와서 귀도 즐거웠어요.

 

혁진: 연기도 연기였지만 대사랑 대사 사이의 공백이 인상적이었어요. 중반부에 민간인 학살을 겪었던 주인공과 파이를 먹는 장면에서 소름끼치는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어쨌거나,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 <바스터즈>를 골라주셨군요.

 

동석: 한편으로는 잔인한 쇼트들이 조금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릿가죽을 벗긴다던지 하는...

 

혁진: <바스터즈> 얘기 나온김에 저도 말을 보태면, 영화 중간 중간에 장을 나누잖아요. 그게 처음엔 길어서 나눈 걸까? 하다가 긴장감을 그 지점에서 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각자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서 한 점으로 모여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동석: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이 그랬던 거 같아요.

 

벼리: 그렇죠. 재미로는 따라갈 영화가 없다는 그런 얘기죠.

 

혁진: . 어필 그만하시고요. 벼리님이 뽑은 영화는 어떤 것일까요?

 

벼리: 저는 <바스터즈> 외에는 다 무차별한데(고만고만한데) 그나마 <카메라>를 고르겠습니다. 새로움의 측면에서 봤을 때 파트 1, 2 둘다 새로웠어요. 파트 1은 영화를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웃음) 파트 2에서 이걸 이렇게 뒤집을 수 있구나 하는 두번의 새로움.

 

 

혁진: 어쨌든 벼리님의 의견은 한마디로 개판이었다로 정리하겠습니다.(웃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엉성함인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서사가 3개잖아요. 영화를 준비하는 사람들, 영화를 찍는 장면, 영화의 내용까지 3중 서사이고, 거의 모든 장면이 원테이크를 지향하는 것이기에 동선도 엄청나게 치밀한 영화일 거예요.

 

동석: 그 허술함을 연기하는 것 조차 짜여진 것이기에 치밀한 영화였죠.

 

혁진: 치밀한 서사가 인상적이었고 배우들도 적합한 연기들을 한 것 같아요.

 

동석: 제가 찾아보니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배우들도 무명들을 쓰게 되었고, 일부러 허술함을 컨셉으로 해서 기획한 것 같아요.

 

벼리: 저는 이 영화가 뒤샹의 ‘샘같은 느낌이었어요. 처음에 변기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있는데...

 

Marcel Duchamp , 1917,  Fountain , photograph by  Alfred Stieglitz  at the  291 (Art Gallery)  following the 1917 Society of Independent Artists exhibit, with entry tag visible. The backdrop is  The Warriors  by  Marsden Hartley .

 

동석: 쉽게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혁진: 저는 이해했어요. 첫번째가 의미가 있는 거지. 두번째 세번째는 큰 임팩트가 없다?

 

동석: 제가 고백을 하자면 신이치로 감독의 새 영화를 보고왔어요. <주식회사 스페셜 액터스>라는 영화인데, 이미 <카메라>를 보고 그걸 보게되니까... 임팩트가 살짝 떨어지더라구요. 결말도 어느정도 예측이 되고.

 

벼리: 그게 뒤샹같다는 거예요. 변기 처음에 봤을 때는 임팩트가 있지만...

 

동석: 그게 반복되면 처음 의도처럼 임팩트를 주기는 어렵다는 말이죠.

 

벼리: 그러니까 이 영화가 클래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적인 영화죠.

 

동석: 그런 점에서는 뒤샹의 변기와 같네요. 뒤샹 빼면 안됩니다!

 

혁진: . 동석의 의견은 이 영화는 변기와 같다로 한줄 정리하겠습니다.(웃음) 공감이 되고 캐릭터성을 떠나서 저는 이런 방식의 영화를 좋아해요. 어설픈데 치밀한 거요. 그런면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지만 두번째 보니까 처음만큼의 기대가 덜하긴 하더라고요. 클래식이 될 수없다는 말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다음으로는 혜정님 말씀부탁드려요.

 

혜정: 저도 <카메라>. 일단 재밌었고요. 깔깔거리면서 웃으면서 봤어요.

 

벼리: 이거 <바스터즈> 견제용 아닌가요?

 

동석: 재미로 따지면 이거 이길 수가 없어요!

 

혜정: 영화 만드는 일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졸업 작품 여러번 했던 기억이 났어요. 마지막에 영화 완성하고 웃는 모습이 좋아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물이 교체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감독역을 싫어했거든요. 쟤 왜저래? 이러다가 현실에서 완전 순진무구한 얼굴로 나오는 반전들이 재미있었고, 몇몇 대사나 행동이나 이런 것들이 딸의 대사 같은 곳에 녹아 있잖아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지 그런 게 느껴져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동석: 혜정님은 영화를 몇 편정도 만들어보셨어요?

 

혜정: 제가 감독으로 한건 하나밖에 없고, 조연출로 참여한건 서너개?

 

동석: ... 감독으로!

 

혜정: 감독이라고 하긴 뭐하고 졸작으로...

 

동석: 그 졸작이 아니죠?

 

벼리: <카메라> 편 들어줬는데 그렇게 말하는 게 심하네요.

 

혁진: 동석님 오늘 한 이야기 세줄 요약하면

1. 나는 바이러스에 찬성한다.

2. 이 영화는 변기 같다.

3. 혜정은 졸작을 만들었다.

이렇게 보면 될까요?

 

동석: 이렇게 가짜 뉴스가 만들어집니다.

 

혁진: 저는 <카메라>보다는 <바스터즈><조조 래빗> 쪽이였어요. <바스터즈>는 이미 얘기했으니 <조조 래빗> 쪽을 얘기해 볼게요. 처음에 히틀러 분장을 한 아버지인줄 알았어요. 상상속의 진짜 히틀러인줄은 몰랐죠. 그런 점이 특이하다? 새롭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아역 배우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주인공 말고 안경 쓴 친구요.

 

혜정: 요키!

 

혁진: . 너무 귀여워...

 

동석: 극중에 아이들이 하는 대사가 아이가 할만한 말들이 아니었죠.

 

혁진: 저는 이 영화를 여러 사람에게 추천받았는데 춤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춤에 대한 기억보다는 의외로 요키만 남았던 이야기였어요. 다락방에서 유대인을 숨겨주는 서사, 어머니 처형되는 이야기 같이 장면 장면이 기억에 남고 히틀러는 오히려 기억에 안남아서 인상적이었어요.

 

동석: 저는 <조조 래빗>에서 가장 좋았던 역할은 대령이였어요. 나치군의 대령인데 처음에는 패전 직전에 좌천된 한심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조조의 집에 숨어있던 유태인 소녀를 눈감아주는 장면, 마지막에 총살될 위기에서 조조를 구해주는 장면들이 있었고 기억에 남아요. 이 영화에 또 하나의 영웅이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벼리: 제가 좋았던 점은 나치나 홀로코스트 영화가 피해자의 슬픔이나 고통을 극대화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조조 래빗>은 히틀러보다는 주인공 조조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는 게 뻔한 서사에서 벗어난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바스터즈>...

 

동석: 아니 갑자기 자기 영화 끼어들기 있습니까?

 

벼리: (아랑곳 않음) <바스터즈>는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춘거죠. 통쾌한 복수를 하기에 기존 유대 서사와 다르게 새로워진 영화다. 그게 <바스터즈>.

 

혁진: 그렇지만 타란티노라는 바운더리 안에서는 배경만 바뀌었지 전작들이랑 큰 차이가 없지 않나요?

 

동석, 혜정: 그렇죠.

 

벼리: 그 서사로 홀로코스트를 다룬다는 게 용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동석: 새로움 자체로는 <조조 래빗>에 한 표를 주고 싶어요. 조조라는 꼬마가 완전 나치광이잖아요. 말하자면 극우? 히틀러가 귀엽게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 안에서 스탠스는 여전히 독일의 제국주의잖아요. 어린 아이에게는 그게 귀엽게 보일 수도 있으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벼리: 히틀러를 아버지로 느낀다는 게 문제일수도 있어요. 누구나 유년기에 폭력적인 아버지로 상징되는 히틀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폭력적인, 하지만 애정을 보이는 그런 아버지!

 

동석, 혜정: 좀 많이 간거 같아요.

 

혜정: 근데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상상속의 친구여서 가능한 애정인거 같아요. 조조가 상상하는 히틀러는 진짜가 아니라 아빠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기가 그리는 아빠가 투영되어있는? 그런 모습이지 않나 싶고요. 히틀러를 연기한 사람이 감독이에요. 그분이 유태인인데, 유태인이 히틀러를 연기했을 때 히틀러를 포장하려는 의도는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벼리: 의도로 포장하지는 않았겠지만 관개그이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혜정: 저는 <조조 래빗>을 보는 도중에 극중 히틀러에게 고마운 순간도 있었어요.

 

동석: 그런 게 있었어요?

 

혜정: 그게 새로웠어요. 내가 히틀러로 표현되는 대상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요. 초반에 토끼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히틀러가 조조에게 하는 말들을 듣는데, 울것 같은 거예요. 히틀러를 보고 울었어요.

 

 

혁진: 정리하면 혜정님은 제국주의에 찬성한다로...(웃음) 그런데 제가 대학에서 영화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요. 나치 전당 대회 연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막 이상하게 가슴이 웅장해지는 거예요.

 

동석: 혁진도 제국주의에 찬성하는 군요.

 

혁진: 그런데 이상하게 보면 웅장해져요. <바스터즈>에서 상영회 했던 영상들이 그때 당시의 <조조 래빗>의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인들에게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런 영상들, 광기의 기록들이 먼 얘기 같지는 않아요. 트럼프가 될 수도 있고 반복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석: 안타까운게 <립반>이 언급이 안되어서 한번 혁진님이 어필하는 시간을 주면 좋겠어요.

 

혁진: 이렇게 동정의 프레임을 짜는 것입니까? 역시 권모술수의 1인자. 불쾌하네요. 그래도 말해보겠습니다. <립반>...

 

동석: 쿠로키 하루를 빼고 얘기해보세요.

 

혁진: 고멘,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3시간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영화일 거예요. 줄거리를 한줄로 요약하면 쿠로키 하루가 사기당한 이야기에요.(웃음) 근데 맞죠. 사기를 한 두번 당한게 아니라 여러모로 당했다.

 

동석: 그래서 마음이 아팠나요?

 

혁진: 그렇죠... 어쨌든 우리가 다루는 주제가 Let's Be New 잖아요. 새로운 가족. 새로운 삶. 새로운 사랑. 계속 새로운 것을 환기 시켜줘요. 물론 그 과정이 추악하고 지난하잖아요. 몰카씬으로 대표되는 위험에 처해있는 여성이 새로 자신의 삶을 자립해가는 영화로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쿠로키 하루라는 이름에 희석되지 않고, 주제로 보면 명백하게 새로움에 가득차있다라고 생각해요.

 

 

동석: 저는 사실 예전에 다른 모임에서 혁진님이 발제를 해서 보았었는데, 그때도 참 불편해서 보기가 힘들었어요. 주인공이 불쌍하고 답답하고 당하기만 할까. 싶었어요. 감독적인 얘기로 들어가보면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보다보니 이게 그런 톤이구나 싶더라고요. 다시 보니까 조금 더 뭉클해지는 게 있었어요. 주인공이 사기당하는 얘기인데... 맥락을 잘 모르겠어요. 사기치는 주체가 나쁘다고 생각하다가... 그 아무로가 어느 순간부터 잘해주고 있는 그런게 뭘까 싶더라고요.

 

혜정: 아이폰 시리 같은 사람 같았어요.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하고, 그게 아는 사람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그냥 하는 이런 느낌이요.

 

동석: 서사를 중심으로 한다보다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는 게 좀 더 중요했던 거 같았어요.

 

혁진: 저는 결국 나나미의 심리상태를 이해를 못했어요. 위험한 말일 수 있지만 어르늘 중에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시는 분이 있어요. 사랑받은 경험, 가족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 경험이 부재했을 때 오는 공백감을 공감을 하면서 보긴봤었는데요. 처음에는 따라가다가 자존감 낮은 행동을 하는 것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저렇게까지 아무로라는 npc를 계속 신뢰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그래서 뒤로 갈수록 주인공인 나나미가 선택하는 것들이...

 

혜정: 이해가 안 되었죠?

 

혁진: . 이해가 안되면서도 변화를 선택을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혜정: 저는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와서 첨언을 하면, 제가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나나미가 얼마나 난처해지는가는 불편하지 않았어요. 대응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멸망하는 서사가 답답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영화 외적으로 감독의 시선이 불편했어요. 이와이 슌지를 좋아하고 <릴리 슈슈>를 좋게 봤었는데도요. 왜 하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일본에서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는, AV와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 당시 일본 여성들의 입지에 대해 얘기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초반부는 좋았다가 립반윙클을 만난 후부터 감독의 판타지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저택에서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게 너무 판타지 적인 거예요.

 

벼리: 맞아요. 립반윙클 만난 이후부터 좀 이상했어요.

 

혜정: 그 두사람의 시간이 너무 판타지적이에요. 친구인건 알겠는데 너무 안싸우고 행복해보이는게. 부침을 겪은 시간이 소거된 느낌이 들었어요. 가장 중요한 순간이 환상적인 세계로 그려지는 게 이상했어요. 그리고 립반윙클이 죽은 뒤에 립반윙클의 엄마를 찾아가잖아요. 거기서 아무로의 갑자기 우는 태도도 갑작스러웠고, 그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이 저와 결이 안맞았는지 왜 저렇게까지하지? 하면서 되게 불편하다, 감독의 시선은 뭐지? 여성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성이 이렇게밖에 재현될 수밖엔 없는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벼리: 앞과 뒤의 결이 확실히 달라요. 이게 같은 영화인가 했던 거죠.

 

혁진: 제 생각에는 영화는 반쯤 찍었는데 화보집 계약이 들어온거죠.(뇌피셜) 웨딩드레스를 넣자! (웃음)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레즈비언에 대한 재현보다는 감독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레즈비언의 모습을 그린거 같아서 좀 그랬어요. 아무로가 우는 장면은 이해가 되었어요. 이 사람은 프로다! 어느 위치에서도 역할을 한다는 생각? 이 모든 사달이 SNS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고민할 지점이 있었지 않나 생각해요.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얕은 유대감은 무엇일까 하는 것도 잘 모르겠었어요.

 

벼리: 잘 모를 영화군요.

 

동석: 근데 포스터를 보면 종이봉투를 뒤집어 쓰고 있잖아요. 저는 영화를 계속 보면서 이 씬은 언제 나올까 생각했어요. 거의 끝날때 나와서 당황했어요. 근데 왜쓰는거죠?

 

혁진: 3시간만에 나오죠. 모르죠. 바이러스때문에 그런가? 마스크 대신에... 어쨌거나 쿠로키 하루가 사기당한 이야기였습니다. 네 이번 대담에서는 망했네요.

 


# What's Be New?

 

혁진: 영화에 대해서는 감상을 나눠보았는데요. 재밌는 부분말고 새로움에 대해서 한번 어필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벼리: 가해자에 대한 응징을 얘기하려했는데 <조조 래빗>때 먼저 말을 해버렸네요.

 

혁진: 저도 아까 말씀드린대로 타란티노 서사의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킬 빌>의 핫토리 한조자리에 <바스터즈>의 한 인물을 꽂아놓으면 위화감이 크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머리를 자르는 장면도 비슷했고...

 

동석: 저는 그런 점에서 <카메라>는 방식에서 새로움을 가져와서 어필을 해봅니다. 근본없는 쇼트가 다수 있는데 다 의도된 것이라는 점에서 놀라웠어요. 말을 더하면,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였어요. 영화를 보면 배우의 연기, 영상 정도인데 <카메라>에서 조명한 건 만드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면에서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또 파트 1에서 영화를 보이고 파트 2에서 찍는 장면을 보여주잖아요. 영화라는 틀 안에서 스탭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엔딩 크레딧에서는 실제로 영화를 찍은 스탭을 보여주는 게 재밌더라고요.

 

혜정: 저는 <카메라>를 '되게 잘 찍었다'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벼리: 찍어본 사람은 다르군요.

 

혜정: 중간 중간 있는 텀도 납득이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은 누구지? 파트 1에서 이 사람은 왜 안전하지? 좀비가 얘는 왜 안 건드리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중에는 알았지만요(웃음). 감독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말하는 장면도 앞 장면에서 배우들이 쌓아놓은 것을 깨는 이상한 재미가 느껴졌어요. 예상하지 않고 봐서 그랬는지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동석: 저는 파트 1에서도 해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고 하는 장면도 예술적인 부분인가? 혹시 찍는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이 사람은(카메라맨) 이 이야기에 속하지 않은 그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체 의미하는 게 뭐지? 하면서 봤었어요.(웃음) 그것들이 깨지는 것도 재밌었어요. 30분 쇼트로 보면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잖아요. 갑자기 대머리 스태프가 왜나가지? 하는 것들이요.

 

혁진: 저는 같은 대사 여러번 하는 거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소리만 3분 내내 지르잖아요.

 

혜정: 저도 그게 길긴 길다 싶었어요.

 

동석: 그것도 다 좀비 영화 비틀기가 아닌가 했었는데 망상이었죠...

 

혁진: 이렇게 동석님의 영화를 띄워만 줄수는 없기에 비난을 하자면...

 

혜정: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요?(웃음)

 

혁진: 우리가 보는 현상 뒤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서사 자체가 참신하다고는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돌발상황이 등장하고 돌발을 메우면서 끝으로 달려가는 영화는 많다고 생각해요. 원테이크라는 촬영방식도 세상에 없던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혜정: 저도 서사가 특별하거나 촬영기법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적절하게 잘 썼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새로웠던 점은 좀비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것이었어요. 기존의 좀비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들다가 끝나는데, 무서워하다가 알고보니 연기였더라를 영화에서 까발리는게 새로웠어요.

 

벼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까. 적용의 문제인 것 같아요. 다시 제가 가져온 <바스터즈>를 예로 들면...

 

동석: 아니... 이거...

 

벼리: 요리사인데 갑자기 칼질을 하고 이러면 새롭고... 반복이라고 가치를 낮추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혁진: 저는 <카메라> 쪽으로 표가 몰리는 거 같아서 끌어내리려고 했었는데, <립반>은 이미 1등에서 멀어진 것 같으니 <바스터즈> 쪽으로 붙을까요?(웃음) 어쨌든 그런면에서 참신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 점을 내세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거예요.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다보니 힘드네요.

 

동석: 사실 혁진님은 이 영화를 비난해서는 안되는게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거예요. 저한테 추천했었잖아요.

 

혁진: 마음이 아프네요.

 

벼리: 유니크로 따지면 히틀러를 총살시킨 <바스터즈> 만한 게 없지 않을까요?

 

혜정: 히틀러 얼굴이 망가지는 이미지가 충격적이긴 했어요. 타란티노 감독을 잘 몰랐다가 <쟝고>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 감독은 뭐지? 하고 다음에 본 영화가 <바스터즈>였거든요. 근데 <쟝고>보다는 재미없었어요.

 

벼리: 왜 갑자기 없는 영화를 꺼내는 거죠?

 

동석: <바스터즈><쟝고> 아래다 이말이군요.

 

혜정: <쟝고><조조 래빗>은 같은 급에 있다 이런 말이죠. 근데 <바스터즈>는 타란티노 감독이 폭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가에 있어서 영리하게 시대적인 상황을 활용했고, 너무 불편하지 않게 표현한 거 같아요. 폭력을 게임, 유희로 표현한 것 같은? 이쯤에서 <조조 래빗>의 장점을 말하자면요...

 

벼리: 아니, 마무리는 하고 넘어가야죠!

 

혜정: <바스터즈>는 어쨌든 과거에 있었던 폭력을 반전시켜서 복수하는 것이잖아요? 복수가 중심인 이야기는 2010년대쯤 이미 지나간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그래서 그 다음은 어쩔건데? 이런 이야기가 지금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혁진: <바스터즈>는 옛날 영화다는 말이죠?

 

벼리: 클래식이죠.

 

혜정: 그렇다기보다는 그 감정을 다루는 건 중요하지만, 복수 이후의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조조 래빗>진짜 진짜 진짜 좋았거든요. 히틀러를...

 

벼리: 아빠처럼... 친근한 이웃 사촌처럼! 히틀러에 동의하는...

 

혜정: 마지막에선 조조가 히틀러를 발로 차잖아요(웃음). 오프닝에서 비틀즈의 로맨틱한 노래와 장면이 맞물리면서 생기는 풍자와 유머를 끝까지 끌고가면서 중간에 젠더와 다양성까지 포함해서 아우르는 느낌? 2차세계대전 영화를 떠올려보면 핍박하거나 핍박받는, 그런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그 점에서 <조조래빗>은 이렇게 무책임할 정도로 시대 배경을 소거시켜도 되나 싶은 충격이 있었어요. 캠핑 같은 느낌도 있고.

 

 

혁진: 보이스카웃 같은 느낌도 있었죠.

 

혜정: 맞아요. 보이스카웃 같은 느낌도 있고 결국 전쟁의 장면은 끝까지 보여주지 않잖아요. 어린애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임팩트가 있었어요. 요키가 미사일을 발사해서 건물이 무너져도 아무 상관없는 그런 세계여서 전쟁의 참담함은 희석되는 거예요. 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하지? 생각하게 된 부분이었어요. 결국, 마지막에 종전 이후에 춤추는 장면이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래. 지금까지 우리 얘기 많이 했지. 히틀러와 그당시 폭력이 정말 나빴고 지금도 그런 폭력과 혐오가 재생산이 되고 있는데 그럼 우리 어떻게 할거야? 이런 지점에서 포인트를 주는 영화이기에 새롭다고 생각합니다.

 

벼리: 그래서 새로운 포인트가 어떤걸까요?

 

혜정: 2차세계대전이 배경인데 배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지금도 담론화할 수 있는 혐오라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게 새롭다고 생각해요.

 

벼리: <바스터즈>가 복수라는 키워드로 정리하듯이 <조조 래빗>의 키워드가 있을까요?

 

혁진: 참고로 <립반>은 사기에요(웃음)

 

혜정: 사랑!

 

혁진: 저도 이런 맥락에서 <바스터즈>가 그 시점에서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고, <조조 래빗>의 경우는 이 뒤로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립반>같은 경우는 (웃음) <조조 래빗>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이와이 슌지의 판타지를 걷어낸다면 그 뒤에 나나미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제가 학교나 회사같은 소속을 떼고나면 희미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계획해서 이런 식으로 이런 삶을 살고 싶어! 라고 설정하고 움직였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거든요. 코로나가 계기가 된 것일수도 있어요. 어느날 갑자기 내 삶이 무너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살아야하지? 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했거든요.

 

혜정: 영화를 보고나서 어떻게 살아야겠다 답이 나왔을까요?

 

 

혁진: 지금 유지하는 것이 영원할 수는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루틴들이 당장 내일이라도 와르르 무너져서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내 가족, 친구, 친척들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구나. 싶어요. 그런 시점이 왔을 때 내가 홀로 자립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네요. 혼자됨이 Let's Be New라는 주제랑 닿아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이후로 외로움, 고독감, 혼자됨의 감각이 많이 수면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내 얘기가 아니라 생각했던 이 감각들을 겪게 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이 상황에서 비까지 한 달 내내 내리다보니까 보편적인 게 될 수 있겠다. 이런 느낌을 온전히 경험해볼 수 있는 영화는 한 인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그런 데서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영화였어요. <립반>을 선택해주시면 좋겠어요.

 

벼리: 이렇게 개인적인 얘기를 하니까 함부로 말하기 뭐하네요. 비난할 수가 없어! 노림수 아닌가요.(웃음) 근데 진짜 고민이 되어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 고립되어 있다보니까 어떤 분은 노년의 삶이 이런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동석: 결국엔 다들 사이버 세계로 가지 않을까요? 신체의 제한 없는 세계로 떠나는 거죠.

 

혜정: <립반>같은 경우는 파멸하면서 성장하는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나나미가 초반에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룸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잖아요. 직업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이는 친구에게 주인공은 다소 보수적으로 ‘나는 그런 일은 좀...’하면서 거리를 두는데요. 근데 나나미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인물 립반윙클이 AV배우였어요. 보통 많은 영화에서 소모되기 일쑤인 AV 배우라는 직업을 프로인, 직업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영화의 새로운 점이 될 수도 있을까 싶기도 한데요. 

 

이 부분이 저는 어려웠는데, 그래서 감독이 AV배우를 뭐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 하필 AV배우를 등장시킬까? 많은 편견을 갖고 있는 주인공 옆에 AV 배우라는 다소 다른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써 어떤 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납득은 되면서도 이해는 되지 않는 부분이었어요. 주인공의 초반 태도를 생각했을 때 규율, 규범에 따르려 하는 친구가 하필이면 AV배우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서사적인 구조에 새로움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였고...

 

저는 무엇보다도 감독이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의 얕은 유대감을 좋게본다고 생각했어요. SNS를 통해서 만난 렘브렐, 립반윙클을 통해서 주인공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인공이 온전히 서있는 인물이 된다는 점에서 성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면에서 익명으로 서로를 얕게아는 사이버틱한 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이런 것을 들여다본 부분은 좋았어요.

 

혁진: 저는 성장이라는 건 말씀하신 부분은 공감하지만, 나나미는 여전히 선긋기는 영화 후반까지 계속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주인공은 부모가 이혼 가정에서 아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내가 책임의 파이를 가져가서 점잖아지는 방법과 엇나가서 반항하는 길이 있는데 전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스스로의 규율이 많은 거죠. 나는 부모처럼 살면 안돼 하는 것들을 갖는 거요. 저는 나나미가 호텔에서 청소일을 꺼내는 지점부터 성장이 시작된 것은 같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쨌든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영화 <립반> 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새로운 점을 어필하는 것까지 한번씩 들어보았습니다.


# 마지막 한 마디 & 최종 표결

 

혁진: 마지막으로 2020년 이 영화를 지금 꼭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한 줄 평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저부터 하겠습니다. <립반>은 코로나 시대 최고의 영화다. 이상입니다.

 

벼리: 저는 오늘(817일 임시 공휴일에 녹음을 했습니다.)이 광복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광복절 덕분에 쉬는 날이기도 하고요. 제국주의에는 새로움과 올드함이 없다. 이 주제는 늘 새롭다.

 

혁진: 그래서 제국주의에 찬동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벼리: 아뇨. 아뇨. 주제가 새로운 것이고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래서 <바스터즈>는 광복절에 봐야한다. 입니다.

 

동석: 저는 길게 말 안하겠습니다. 재밌다.

 

혁진: 그럼 부연 설명 안듣겠습니다.(웃음)

 

동석: 아니... 웃김 속에 감동이 있습니다. 요새 우울할 수 있잖아요. 재밌게 보았으면 좋겠고, 이 영화는 두번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혜정: <조조 래빗>은 귀엽다. 그래서 보아야 한다. 히틀러가 귀여워 보일 정도로... 하찮게 나오고 영화 전반적으로 귀여워서 힐링이 되는 영화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혁진: .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나기의 휴식><중쇄를 찍자> 꼭 많이 봐주세요!

 

일동: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투표를 진행하였고, <조조 래빗>이 최종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

 

 


 

 

최종 승자 <조조 래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