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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풍경의 발견

[아메리칸 뷰티] 아름다움이란 이번에 다룰 작품은 샘 멘데스 감독의 입니다.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줄거리를 덧붙입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잡지사 직원 레스터 번햄(케빈 스페이시 분)은 어느날 딸 제인(토라 버치 분)의 친구 안젤라(메나 수바리 분)을 보고 욕정에 사로잡힌다. 이후 레스터의 삶은 180도 바뀐다. 상사를 협박해 목돈을 받아 스포츠카를 사고, 안젤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다. 마리화나에도 손을 댄다. 그때 옆집으로 해병대 출신 대령(크리스 쿠퍼 분) 가족이 이사를 온다. 그의 아들 리키(웨스 벤틀리)는 번햄에게 대마초를 팔면서 가까워지는 중에 대령이 둘의 관계를 동성애로 오해하게 되는데. 미국 중산층의 허상, 무의식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낸 '문제작'입니다. 어디서나 일어날 법하면서도, 막상 목격.. 더보기
[노스텔지아] 쓸모없이 무의식의 영역을 설명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풍경의 발견’이라는 기획을 구상할 때는 영화의 무의식을 건드려보려 했는데, 가면 갈수록 의식의 차원으로 넘어오는 것 같습니다. 무의식적인 감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의식적인 행위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한 장면에 대한 집요한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글을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이번에 다룰 작품은 소련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입니다.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줄거리를 덧붙입니다.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고르차코프(올레그 얀코브스키 분)는 음악가 소스노프스키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통역을 맡은 유제니아(도미지아나 지오다노 분)의 안내를 받으며 소스노프스키의 여정을 되밟는다. 그러던 중 안드레이는 종말론자.. 더보기
[동주] "……시." 아무 생각 없이 보러 갔다가 온갖 생각거리를 들고 나오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이준익 감독의 가 그랬습니다. 아래는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동주(강하늘 분)와 몽규(박정민 분)는 사촌지간이다.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동주는 시인을 꿈꿨고, 몽규는 혁명가를 품었다. 둘은 일본 유학을 중에도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다. 몽규는 독립운동에 매진하는 데 비해 동주는 절망적인 순간들을 시로 승화했다. 같은 비극의 시대에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두 친구의 삶도 갈리기 시작하는데.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 시인을 영화화한다고 할 때 의아함이 앞섰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이준익 감독하면 영화 의 코믹스럽고 가벼운 이미지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동주와 코미디는 좀처럼 이.. 더보기
[나는 전설이다] "슈렉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종종 한 영화를 두 번 넘게 보곤 합니다. 보통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들이 대다수인데 가끔 예외도 있습니다. 저는 좀비 영화나 재난물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유독 여러 번 다시 본 본 영화 중 하나가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입니다. 아래는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줄거리입니다.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은 인류멸망 이후 혼자 살아남는다.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매일 방송을 송출한다. 우연히 생명체를 목격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간’들이다. 네빌은 면역체가 있는 자신의 피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기 시작한다. 네빌은 변종 인간이 만든 덫에 걸리고, 혈투를 벌이다 의식을 잃는다. 그때 다른 곳에서 온 생존자 애나(앨리스 브라가 분)와 에단(찰리 타헨 분)이 그를 .. 더보기
[피아니스트] 캐러멜은 어떻게 6조각으로 나뉘었나 ‘홀로코스트’ 하면 떠오르는 영화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고민없이 로만 폴란스키의 라고 하겠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타기도 했죠.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줄거리를 덧붙입니다.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에드리언 브로디 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는 유대인 피아니스트다. 1939년 갑작스러운 폭격 이후 스필만과 그의 가족은 게토(유대인을 강제로 격리한 공간)로 쫓겨 생활한다. 가족들은 수용소로 향하고, 스필만은 혼자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폐허가 된 공간에서 버려진 음식들로 연명하던 스필만은 순찰을 돌던 독일 장교에게 발각된다. 스필만이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자 독일 장교는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킨다.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라면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는 그중에서도 독자적인 성취를 이뤘습니다. 개인적으.. 더보기
Prologue 눈 밖에 있던 것들이 시야로 침범할 때가 있다. 눈을 감고 나면 작동하는 감각이다. 일본의 문화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정의한 '풍경의 발견'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풍경이란 인간이나 주체(이자 객체)가 아닌, 자연이자 실체다. 그 누구와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거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존재다. 영화에서도 풍경이 발견되는 순간이 있다. 주인공들이나 이야기, 주제의식 등이 차츰 기억에서 흐릿해질 때, ‘없어도 상관없는’ 장면들만이 강렬하게 남을 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 ‘풍경’들. 무의식이나 비언어의 세계에 머무르는 영화 속 장면들은 도대체, 어떻게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를까. 기억 밖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되짚어보려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