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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디즈니 영화 다시 읽기

2. 왕자는 왕이 될 수 없다, <라이온 킹(1994)> 심바 1편

라이온 킹(1994)

 

<디즈니 만화 동산>을 즐겨보던 2030 어른이들은 <라이온 킹> 하면 <티몬과 품바>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아버지를 잃은 심바가 티몬과 품바를 만나 하쿠나 마타타하다가 소꿉친구 날라와의 재회, 그리고 정신차려서 악당 스카를 물리친다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는 어쩌면 보정된 기억일지도 모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보다는 심바의 마음 상태를 따라가며 읽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1. 심바의 부담감

 

원숭이 라피키는 심바에게 불안감을 심어준걸까?

 

<라이온 킹>은 ~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 스치고 왜냐하면~ 왜냐하면~”으로 유명한 엘튼 좐의 'Circle of Life(자연의 섭리)' 음악이 깔리며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이 서있는 땅의 랜드마크는 영어로 Proud of Rock. 번역하면 킹바위다. 이 대규모 생파는 원숭이 라피키가 심바를 하늘 높이 들어 보이며 킹바위의 지배자 무파사와 사라비의 권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킹바위 위에 서있던 셋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이 행동으로 말미암아 역사는 바뀌었기 때문이다.  

 

심바는 자신의 발아래로 수많은 동물들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천진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하지만 디즈니는 이 장면에서 약간의 디테일을 숨겨놓았다. 영화를 멈춰놓고 보면 심바의 동공이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저작권 문제로 캡처를 하지 못한 점은 양해를 구한다) 어린아이에게 체공의 시간은 충격을 가져다준 것 같다. 아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심바는 마음속에 큰 불안감의 씨앗이 심어진 것 같다.

 

물론 심바의 태생이 왕가의 혈통 외아들이기에 킹바위 왕권 계승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권력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과 위협이 따른다는 의미이기에 엄청난 부담이 되어 마음속에 새겨졌을 것이다.

 

2. 북벌의 무리수와 조바심

 

삼촌! 그거 알아요? 내가 왕이 된대요! 어.. 그래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아이에게 큰 압박감을 준다. 심바는 어린 시절부터 '나는 왕이 될 사자야'라는 자기 암시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무파사가 건재하다면 왕이 될 일이 없거늘, 이미 왕이 된 것처럼 R=VD 하면서 미래를 그리며 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생쥐를 가지고 놀며 자신이 고양이과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삼촌 스카에게 다가가서

 

"삼촌! 그거 알아요? 내가 왕이 된대요! 아빠가 왕국 전체를 보여줬어요."

 

라는 대사를 치며 어그로를 끄는 장면이다. 가뜩에다 무파사가 건재하고, 조카놈 때문에 권력 순위가 밀려 짜증이 나있던 스카에게 이 말은 큰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스카는 영리하게 대처한다. 심바의 천진함 속에 숨은 약점, 바로 인정 욕구를 캐치해낸 것이다.

 

왕자가 왕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버지인 왕이 죽고 왕위를 계승하거나, 스스로 나라를 세워 왕이 되는 것. 살아있는 왕이 왕관을 물려주는 선택지는 없다. 하지만 어린 심바는 왕권 승계를 상속의 개념으로 이해한 것 같다. 이를 간파한 스카가 역으로 던진 질문 "왕국 전체를 보았다고? 설마 북쪽 경계선까지 보여주진 않았겠지?"라는 말에는 뼈가 있었다.

 

북쪽의 지배자 하이에나들

 

북쪽 경계선은 하이에나들이 거주하는 영역이다. 킹바위 부근의 양지 마른땅과는 다르게 메마르고 척박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스카가 던진 미끼는 '북벌'을 의미한다. 왕권 국가에서 영토를 넓히는 일은 중요한 과업 중 하나고 이를 성공한다면 킹바위 내에서 왕권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공적을 인정받는 일은 심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계승의 개념은 희박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사자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고, 숫사자의 경우 3살에 무리를 떠나는 게 국룰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용맹함을 증명해야했던 심바는 소꿉친구 라라를 꼬드겨 북쪽으로 향한다. 든든한 프렌드 실드(?)와 함께 나선 그곳은 심바가 역량으로 감당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16세에 비잔티온 출정을 나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마이도이족의 반란을 진압하며 공적을 쌓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18세에 즉위하여 근 20년간 엄청난 영토 확장을 이뤄낸 광개토대왕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이는 이도 있겠지만 심바는 평범한 왕자였다. 여지없이 하이에나들에게 쫓기고 마침 초반 사냥을 배우는 컷에서 두더지의 전보를 받고 북방 순찰을 나갔던 무파사에 의해 구조된다.

 

심바의 소소한 북벌(?) 작전은 '용감함'이라고 인간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실은 조바심이 낳은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가 기대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는 후에 일어날 하이에나 침공의 빌미로 작용된다. 영역의 침범을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무파사 멘탈리티

 

 

뜻밖의 군사 분계선에서 교전을 하게 된 무파사는 날라를 귀가시키고 심바를 꾸짖는다. 허나 이내 장난을 치며 하늘과 땅과 조상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1994년의 가부장 치고 앞서간 '프랜드 대디' 포지션을 보이는 무파사는 자신의 왕권을 해할 수 있는 자식에게 조상님 대대로 내려오는 멘탈리티를 심어준다. 후에 심바가 '하쿠나 마타타'하면서 나사 빠진 사자로 활동할 때 구름으로 나타나 다시 말하는 그 말.

 

"Remember who you are."

 

"네가 누군지 기억해라." 즉, 너는 위대한 사자의 자손이고 킹바위의 지배자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하는 의미로 전달되었을 이 말은 사실 "네 주제를 알고, 왕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언제가 다가올 자신이 물러나야할 때를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북벌까지 계획한 아들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해야 했고 강하게 기강을 잡다가 방법을 선회한다.

 

때론 소리를 지르며 혼내는 것보다 조용히 웃으면서 멕이는게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무파사는 심바의 초자아에 강한 메시지를 새겨 넣은 것이다. '내게 도전하지 말라'라고. 

 

(심바 2편에 계속)


쓰다 보니 산으로 가는 이야기.

<라이온 킹(1994)> 심바 2편에서는 티몬과 품바, 킹바위 쟁탈전을 중심으로 심바의 입지를 파악해보려 한다.